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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예썰의 전당] 35회 한국 추상미술의 뿌리, '수화(樹話) 김환기'

by 그날그날들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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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한국화가 <4부작> 뿌리 깊은 나무 김환기

지난 2018년,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가 약 132억 원에 낙찰되면서 국내 미술품 역사상 최초로 경매가 100억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국내 미술품 경매가 상위 10개 작품 중 9개가 김환기의 것으로, 경매에 나올 때마다 매번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김환기의 경쟁상대는 김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로만 김환기를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추상’이라는 미술 언어로 표현해 일찍이 세계 평단에서 호평받았던 1세대 K-화가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고국의 전통을 토양 삼아 단단히 뿌리내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웠던 수화 김환기.

『우주(5-1V-71#200)』(1971) 김환기

BTS RM도 푹 빠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그림 ‘우주’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점으로 전체 면을 덮는 김환기만의 시그니처, 전면점화 작품 중 하나인 ‘우주’는 방탄소년단 RM의 인증샷 덕분에 MZ세대 사이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다. 2m가 넘는 작품 앞에 서 있으면 관객들은 마치 그림 속 별들의 움직임에 휘말려들 듯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자,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김환기의 ‘우주’. 
 
두 개의 그림이 짝을 이룬 우주 '나와 너', '음과 양'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으며 점을 여러 번 찍어 번지게 한 후 사각형으로 점을 둘러싼다. 집념으로 찍어낸 점들은 저마다 생명력을 부여받고  캔버스 속의 <우주>가 되었다. 

화면 전체를 점으로 뒤덮은 그림을 전면점화라 부르며 전면점화는 김환기의 시그니처이다. 김환기는 광목천을 캔버스로 선택하여 수묵화의 번짐을 구현함으로써 서양의 유화 물감으로 동양화의 멋을 표현하고 있다.  

『매화와 항아리』(1957) 김환기
 

완성 전까지 화풍 변화를 거듭한 김환기의 예술세계

김환기가 ‘달항아리’와 진한 사랑에 빠진 이유는?

김환기는 ‘우주’와 같은 전면점화 스타일을 만들어내기까지, 화풍의 변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중심에 있던 것은 ‘우리나라의 미(美)’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환기가 사랑했던 것은 바로 ‘달 항아리’! 달처럼 둥글고 뽀얀 백색의 달 항아리는 김환기에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매화와 항아리’, ‘항아리’, ‘백자와 꽃’ 등 김환기는 달 항아리를 그림의 주요 소재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달 항아리를 예찬하는 글까지 썼다.
 
김환기의 <항아리와 여인들>(1951)은 격동의 시기에도 꿋꿋한 우리 민족을 그린 작품 으로 인물들 사이에 소품으로 자리한 항아리에서 사람없이 점차 그림의주요 소재로 항아리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김환기가 특히 주목했던 소재 달 항아리로 17세기 후반 갑자기 등장한 달 항아리의 매력에 빠진 김환기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그렇게 불가사의한 미(美)를 발산할 수가 없다"

"싸늘한 사기지만 그 살결에는 다사로운 온도가 있다: -1963.4 김환기

" 나는 조형과 미와 민족을 우리 도자기에서 배운다 지금도 내 교과서는 바로 우리 도자기일지도 모른다" - 김환기 

 
김환기와 부인 김향안

김환기 예술의 동반자 아내 김향안 

본인의 뿌리를 끊임없이 고민한 김환기 

국내 화단에서 일찌감치 인정받은 실력이지만 본인 스스로 중요한 물음이 있었다.

" 내 실력이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일까?"

" 내 작품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까?" 

"예술의 고장 파리로 가자!" 

" 나는 한국의 화가일지는 몰라도 세계의 화가는 아직 아니다" - 김환기

그는 아내 김향안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1956년 파리로 떠난다. 

 

『영원의 노래』 (1957) 김환기

먼 타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를 잊지 않고, 더욱 심화시킨 김환기는 5회의 개인전을 열고, 피렌체에서 열린 단체전에 초대까지 받으며 세계에 자신의 예술을 알린다.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3년간 파리 생활에서 200여 점의 작품을 그린다.  파리에서 탄생한 <영원의 노래> 파리에서 꾸준히 그려낸 한국적 소재로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프랑스 물만 마셔도 화풍이 바뀌던데 어떻게 그대로야?"라는 친구의 질문에,  "첫 전시회 전까지 자신의 색을 지키기 위해 다른 미술관 방문을 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동양 사람이요, 한국 사람이다 세계적이기에는 가장 민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이란 강력한 미족의 노래인 것 같다" - 김환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화풍 해외의 반응은? 

유럽 각지에서 5번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특히 피렌체에서 열리는 파리예술가라는 단체전에 초대까지 되었다. 

 
 "푸른하늘, 푸른 바다에 사는 우리들은 푸른 자기 청자를 만들었고  간결을 사랑하고 흰옷을 입은 우리들은 흰 자기, 저 아름다운 백자를 만들었습니다" -1957년 프랑스 니스 방송국과의 인터뷰 중
 
김환기는 항상 자신의 예술세계를 말할때 " 내 예술의 뿌리는 한국의 아름다움에 있다"
 
1963년 뉴욕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中
 
 
3여 년의 파리 생활 후 국내로 돌아온 김환기는 홍익대학교 학장직 등을 맡으며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1963년, 그는 돌연 이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예술의 중심지 ‘뉴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김환기는 기존의 화풍을 깨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수많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김환기의 도전 정신은 ‘전면점화’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탄생시켰다.
 
"한국의 정서를 보편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단순한 점'에 응집한 한국적 가치, 숱한 고민 끝에 탄생한 기법.  
 
"거의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부숴버렸어 참 용기가 필요해요 부수는 용기 말이야 자잘한 것을 뭉개버리고 커다란 주제만을 남겼지 한결 좋아졌어요 -1963.11. 김환기 
 
수년간 계속된 집념, 점들이 모여 형태를 상징하는 그런 것들을 시도하다 이런 걸 계속해보자 -1968. 1.23. 김환기 일기中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는 김환기 전면점화의 포문을 연 작품으로 제1회 한국미술대상 <대상작>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한국 미술계의 거장이 고국의 중요 전시를 위해 보낸 그림으로 김환기의 존재감을 재각인시킨 작품 
*환기블루- 자신의 정서가 담긴 김환기만의 색으로  활동 초기부터 즐겨 사용한 푸른색, 전면점화에 이르러 더욱 깊어진 환기 블루  
 
*김환기의 작품제목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 마지막 구절 이다.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고향 밤하늘의 별은 캔버스의 푸른 점이 되고 그리운 노을은 캔버스 위의 붉은 점이 되고 뛰어놀던 황금빛 보리밭은 노란 점이 되어 평생을 그리워하던 고향 김환기 작품세계의 숲을 이루다
 
♣한국 미술의 새로운 시작을 연 화가 우리나라 추상 미술의 뿌리 김환기 '추상'이라는 보편적 미술 언어로 '한국의 서정'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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