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갤러리 사진을 정리하면서 올 3월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남편과 함께 길을 잃고 헤매던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그 당시에는 저희가 요즘 걷고 있는 호수공원 산책로가 개방 전으로 공원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들어가는 입구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어요.
그날은 일요일로 "저녁에 귀찮으니 일찍 갔다 오자"라면서 전날 새로 산 신발을 신고 12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어요.
제가 가면서 남편에게 "오늘은 매일 가던 코스 말고 다른 길로 가보자"라고 하며 다른 날과 반대 길로 걷기 시작했어요.
호수공원 근처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려는데, 일이 꼬이려고 했는지 공원 산책로 위에 있는 야산 길로 가보고 싶은 거예요.
남편도 오래전에 한번 가봤다면서 흔쾌히 동의를 해서 저희는 정상적인 길이 아닌 야산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길은 잘 몰랐지만 예전에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니 어디로든 앞으로 뚫려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걸었어요.
톡으로 아이들에게 길 잃어버리면 너희가 신고해 줘라고 장난을 치면서 걷기 시작했어요.
마침 우리 앞에는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젊은 분이 계셔서 "저분은 길을 아나 봐 따라가면 되겠다" 얘기하면서 열심히 따라갔어요.
풀을 헤치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 한눈판 사이에 앞서가던 분이 갑자기 안 보이는 거예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둘이 우왕좌왕하는데 눈앞에 길은 끊어져 있었고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아서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어요.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저희가 서있는 위쪽에는 과수원이 보이고 아래쪽에는 논두렁이 보이더군요.
논보다는 과수원 쪽에 길이 있겠다 싶어서 과수원을 헤쳐 나가는데 아무리 걸어도 길은 보이지 않고, 과수원 끝에 다다르니 집이 한 채 있었어요. 인적이 없는 집을 지나치며 "나가는 문은 어디엔가 있겠지"라며 앞으로 걸어가 보니 출입구에는 펜스가 커다란 열쇠로 잠겨있었어요. 과수원 집에 길을 물어보려고 해도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길바닥에는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데 놀래서 더 정신이 없었어요.
30분 넘게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펜스가 쳐져 있지 않은 곳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언덕이 보였어요. 고민을 하다가 남편이 먼저 내려갔는데 남편 주변에 황토 흙먼지가 날리는 걸 보는 순간 "새신을 신고 저길 내려가는 게 최선일까?" 하고 잠깐 망설였지만 할 수 없이 남편이 있는 언덕 아래로 내려갔어요. ㅠㅠ 언덕 아래에 있는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니 저희가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큰 도로가 나왔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긴장과 땀범벅이 된 모습으로 평소 40분 정도 걸리던 길을 1시간 넘게 헤매다가 집에 오니 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 온 사람처럼 저와 남편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 처음 신고 나간 베이지색 제 신발은 그날 헌 신발이 되어 돌아왔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하나 봐요. 저희가 논두렁 길을 택했다면 제대로 된 길을 찾았을까요?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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